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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트아미노펜과 술의 관계(간 독성, 작용 기전, 숙취 두통약)

by 연약(yakk) 2025.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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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AAP)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해열진통제 중 하나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상품명인 타이레놀의 성분입니다. 적정 용량 내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약물이며, 약물 상호작용도 매우 적은 약이어서 한 가지 단점만 뺀다면 너무나도 완벽한 약이라고 약사들 사이에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한가지 단점이 너무나도 치명적입니다. 바로 간독성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과 술에 대한 간독성의 위험성, 작용기전 그리고 숙취로 인한 두통에는 어떤 진통제를 복용하면 좋을 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술: 간 독성 위험성

아세트아미노펜은 적정한 용량으로 복용하면 안전한 약물이지만, 과량 복용하게 되면 간에 치명적인 약물입니다. 그 적정 용량은 일반적으로 최대 4g 정도로 정해놓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4g까지는 먹어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4g이면 650mg 서방제제 기준 6알(3900mg)까지입니다. 심지어 술과 함께 복용하게 될 경우에는 간 독성 위험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알코올이 간에서의 대사 경로에 영향을 미쳐 아세트아미노펜의 독성 대사산물인 NAPQI가 증가하고 간 손상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과량 복용이 간독성으로 인한 급성 간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미국 간 질환 연구 기관(American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Liver Diseases, AASLD)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 중독으로 인한 급성 간부전 사례의 약 50%가 의도하지 않은 과다 복용이며, 전체 급성 간부전 사망자의 30~40%가 아세트아미노펜 관련 간독성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들은 간 내 특정 효소인 CYP2E1의 활성화가 증가하면서, 일반적인 용량의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더라도 독성 대사산물(NAPQI) 생성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들은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시 더욱 신중해야 하며, 가능하면 다른 해열진통제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NAPQI와 간 손상: 아세트아미노펜의 작용 기전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에서 주로 대사가 되는데, 세가지의 대사 과정이 있습니다. 하나는 글루쿠론산 포합 반응에 의해, 다른 하나는 황산 포합 반응에 의해 대사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사물질은 무독성의 형태로 배설됩니다. 나머지 하나의 대사과정에서 CYP450 효소 중 하나인 CYP2E1에 의해서 아세트아미노펜이 대사가 됩니다. 이를 통해 생성되는 대사물질이 NAPQI(N-acetyl-p-benzoquinone imine)라는 독성물질입니다. NAPQI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글루타치온(glutathione, GSH)과 결합하여 해독되지만, 과량의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거나 간이 손상된 상태에서는 글루타치온이 고갈되면서 NAPQI가 간세포를 파괴하여 간 독성을 유발합니다. 특히 술을 습관적으로 자주 마시는 사람들은 CYP2E1 효소의 활성이 증가하여 CYP2E1에 의한 아세트아미노펜 대사과정이 활발히 일어나서 NAPQI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NAPQI가 너무 과량 생성되어 글루타치온에 의해 충분히 해독되지 못하고 독성물질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는 간세포를 공격하여 간세포가 괴사되고 급성 간부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집니다. 따라서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할 때는 음주를 피해야 하며, 특히 만성적으로 음주하는 사람들은 진통제로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고자 할 때 복용 전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숙취로 인한 두통: 진통제의 선택

술을 마신 다음 날 숙취로 인해 두통이 심할 때, 많은 사람들이 진통제를 찾게 됩니다. 하지만 아세트아미노펜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간 독성 위험이 커지므로 숙취 해소를 위해 복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숙취 두통을 완화하기 위해 복용할 수 있는 진통제는 무엇일까요? 합성의약품으로 가능한 것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입니다. 이부프로펜(ibuprofen, 애드빌, 부루펜 등)이나 나프록센(naproxen, 낙센, 탁센 등) 등이 NSAIDs이며 숙취로 인한 두통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대사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대안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약입니다. 그러나 이 계열 약물은 위장 점막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공복에 복용하면 속쓰림이나 위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숙취로 인한 두통으로 복용할 수 있는 한방제제도 있습니다. '청상견통탕'이라고 하는 한방 처방 중 하나로, 열을 내려주고 혈액순환을 개선하여 두통을 완화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의약품 완제품으로 제조된 엑스과립제를 약국에서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숙취로 인한 두통은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생성된 아세트알데하이드와 혈관 확장 작용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체내 염증 반응이 증가하여 두통이 악화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청상견통탕은 상체에 몰린 열을 내려주고 순환을 도와줍니다. 특히 청상견통탕에 포함된 천궁, 박하, 강활 등의 성분이 혈관을 안정시키고 염증반응을 줄이며 해독 작용을 돕습니다. 또한 청상견통탕은 위장 보호 작용도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NSAIDs보다 속 부담이 덜한 숙취 두통 치료제로 선택될 수 있습니다.

결론

아세트아미노펜은 일반적으로 안전한 진통제이지만, 술과 함께 복용할 경우 간 독성 위험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과량 복용이 급성 간부전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음주 후 복용 시 간 독성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이는 CYP2E1 효소가 활성화되면서 NAPQI 생성이 증가하고, 글루타티온이 고갈되면서 간세포가 손상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숙취로 인해 두통이 있을 때는 아세트아미노펜 대신 이부프로펜이나 나프록센과 같은 NSAIDs 계열의 약물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약물도 위장 출혈 위험이 있으므로 공복 상태에서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NSAIDs 대신 속 부담이 덜 하고 열을 내려 순환 작용을 돕는 청상견통탕 한방제제도 추천됩니다. 더불어 수분과 전해질을 충분히 보충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음주 후 진통제 복용은 신중해야 하며 특히 간 건강이 좋지 않거나 음주를 자주 하는 경우에는 의사와 상담 후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